이용후기

둘레길후기(7)'기다림 과 끈질김'

작성자
산이
작성일
2021-07-07 17:52
조회
19673









지리산둘레길(7)"기다림과 끈질김"

보통 둘레길의 거리는 10킬로에서 13킬로 안팎이다

시간 상으로는 5시간 전후의 거리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7구간  길을 걸으면서 발견한 공통된 특징을 볼 수 있는데

둘레길의 시작은 갑작스럽지가 않고

그 끝이 뭉뚝하지 않으며

자신의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도 않을 뿐 아니라

또한 자신을 찾는 산행객들에게 성의없는 대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7구간은 산청군에 있는 한센병환자들의 보금자리 성심원에서 시작하여

운리에서 끝나는 길이다

처음부터 가파르게 웅석봉 바로 밑 820미터를 올라야 하는 고난도의 길이다

그리고 이어서 내려가는 임도를  6킬로 이상이나 또 힘써서 내려가야 했다

 

나는 일행을 앞세우고

한 참이나 뒤에 처져서 숨이 가프도록 한 발 한 발 디디며 산을 올랐다.

정상이 보일듯 하면서도 우리는 2시간이상을 죽을 힘을 다해 걸어야 했다

한 참이나 오른 것 같은 데 목적지는 까마득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순조로울 것이라고 여겼는 데

다시 새로운 언덕이 앞에 있었다

그것은 임도를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관절의 통증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할 때

종착지점을 알리는 푯 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박국은 "악인이 자기보다 의로운 사람을 삼키는데도 잠잠하시냐"(합1:13하)고

탄식하며 물었다

자신들의 불신의 삶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닥친 폐허와 비참 앞에

견딜수 없는 수치와 고통을 갖게 된 것이다

하나님는 냉정하게 대답하셨다

"기다리라---응하리라. 의인은 그의 믿음으로 살리라"(합2:3-4)

 

시므온은 대단한 직분자는 아니었지만 영적으로 특출했다

그는 '빛'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인내심 많은 종은 이제 그의 주인에 의해 파수꾼의 사명에서 놓임을 받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하박국의 심정을 이해한다.

시므온의 영적통찰력이 없음에 고개숙인다

 

그렇다고 중단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공허할지라도 말하고 또 말하고 싶다

무참한 현실 앞에

"왜?" 라고 묻고 싶다

 

기다림   끈질김.

 

민족이여

희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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