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별 경유지
주천면 – 내송마을(1.1km) – 구룡치(2.5km) – 회덕마을 (2.4km) – 노치마을(1.2km) – 가장마을(2.2km) – 행정마을(2.2km) – 양묘장(1.7km) – 운봉읍(1.4km)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남원시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14.7km의 지리산둘레길.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면서, 해발 500m의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길로 구성된다. 이 구간은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옛길이 지금도 잘 남아있는 구간이다. 회덕에서 남원으로 가는 길은 남원장으로, 노치에서 운봉으로 가는 길은 운봉장을 보러 다녔던 길이다. 특히 10km의 옛길 중 구룡치와 솔정지를 잇는 회덕~내송까지의 옛길(6km)은 길 폭도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으며 경사도가 완만하여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솔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남원주천센터
전북 남원시 주천면 외평2길 5 / 063-930-0800
남원인월센터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2길 95 / 063-635-0850
주천면의 소재지인 장안리의 무수동과 외평마을은 각각 내방(內坊)과 외방(外坊)으로 불렀는데, 내방은 물이 많아 근심이 없다 하여 무수(無愁)라 불렀고, 밭이 많은 외방은 밭들, 밖들로 불리다 외평(外坪)이 되었다.(외평은 원래 마을이 배모양 같다고 하여 뱃들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예로부터 숙성치를 넘어 구례군 산동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고, 통일 신라 때부터 교통의 요지였다. 조선조 말까지 원천원(元川院 : 국가에서 운영하는 숙박업소)이 있었고 면의 중심지로 원터라 불리다가 지금은 외평이 되었다. 외평마을은 산동-주천구간과 주천-운봉구간의 시종점인 지리산둘레길 주천센터가 있다.
마을이 처음 형성되었을 때에는 뒷산 고개가 소가 누워있는 형국이라 쇠고개, 우치동으로 불렸으나 마을 주변에 송림이 무성하여 솔고개로 불리다 내송(內松)이 되었다. 내송마을에는 두꺼비를 닮은 바위처럼 생긴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남아 있어 복을 가져다 주고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이곳 출신 조경남(趙慶南)장군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에 의병을 일으켜 많은 전공을 세웠고 그가 남긴 일기인 <난중잡록>은 지방유형문화재로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다. 내송마을 버스정류장에는 화장실이 있고, 해발 500m 내외의 운봉고원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안내판이 있다.
내송마을을 지나 숲길에 접어들면 ‘개미정지’라 불리는 개서어나무숲이 나온다. 정지란 쉼터를 이르는 말인데 주천 사람들이 운봉장을 보러 가기 전 쉬어가던 곳이었다. 개미정지는 왜구의 침입을 대비하다 잠든 의병장 조경남 장군의 발을 개미들이 물어뜯어 위급함을 알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개미정지를 지나 구룡치로 가기 전 ‘솔정지’를 만난다. 정유재란 당시 숙성치를 넘어 남원성을 향하는 왜군을 향해 조경남 장군이 활시위를 당겼던 곳이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천 들녘과 숙성치, 밤재를 바라보던 그때의 아름드리 소나무는 고사 되어 흔적만 남았다.
구룡치는 주천면과 운봉읍 사이의 옛 고갯길이다. 주천면의 여러 마을에서 남원장을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다. 달궁마을 주민들은 거리가 멀어 남원 장에 가려면 2박 3일에 걸쳐 다녀와야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구룡치를 장길로 이용하는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백중 (음력 7월 15일)이 지나면 마을별로 구간을 나누어 길을 보수해서 이용해 왔다고 한다. 고달픔을 인내한 사람들에 의해 길은 지켜져 왔다. 구룡치를 넘어 회덕마을로 향해 가는 길. 잘 보존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봄이면 붉은 소나무들 아래로 화사한 진달래 꽃대궐이 펼쳐지는 오솔길은 보물과 다름없다. 원시림과 구룡계곡을 품은 큰 산을 넘어간다.
산수국 등 야생화들이 군락지를 이루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 소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사무락 다무락’을 만난다. 갈 때는 무사히 다녀오겠다고 올 때는 잘 다녀왔다고 돌을 쌓아 빌었던 곳이다. 사무락은 ‘소망’을 뜻하고 다무락은 ‘담벼락’을 뜻하는 말이다. (‘사망(事望)다무락’이 운율에 맞춰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데군데 작은 돌무더기가 있었던 곳은 몇 해 전 무너지고 없어졌지만, 고개를 무사히 넘고자 하는 그 바램만은 여전히 같을 것이다. 근처에 있는 노송과 벅수(51번)가 예전 사무락다무락 이었음을 알려준다
회덕마을이라는 이름은 풍수지리설에 의해 덕두산(德頭山), 덕산(德山), 덕음산(德陰山)의 덕을 한 곳에 모아 마을을 이루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원래는 남원장을 보러 운봉에서 오는 길과 달궁쪽에서 오는 길이 모인다고 해서 “모데기”라 불렀다. 회덕마을은 평야보다 임야가 많아 짚보다 억새를 이용하여 지붕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때는 마을 전체가 억새풀로 지붕을 이은 ‘샛집’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마을 안쪽 귀퉁이에 ‘구석집’이라 불리는 초가집은 1895년에 지은 후 한국전쟁때 불에 타 전쟁 후에 다시 지었다. 이 ‘덕치리 초가’는 조선시대 형식의 샛집으로 전라북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구석집 사랑채 마루에 앉으면, 집 앞 논밭 너머로 지리산의 줄지은 봉우리가 펼쳐진다. 둘레길에서 아주 살짝 비껴 있지만, 아기자기한 샛집도 둘러보고 잠시 다리쉼을 하고 가도 좋다.
노치마을은 해발 500m의 고랭지로서 서쪽에는 구룡폭포와 구룡치, 뒤에는 덕음산이 있고 지리산의 관문이라고 말하는 고리봉과 만복대를 바라보고 있다. 산줄기의 높은 곳이 갈대로 덮여 있어 ‘갈재’라 부르기도 했다. 노치마을은 비가 내려 왼쪽 주천면으로 빗물이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오른쪽 운봉읍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는 수분령(水分嶺) 마을이다. 그러나 일제가 백두대간의 목을 눌러 기운을 끊는다고 이 마을 앞 들녘에 큰 구덩이를 파고 100kg이 넘는 거대한 목돌 6개를 설치한 참담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현재는 목돌 5개를 파내어 아랫 당산(큰바위) 위에 지어진 마을회관 옆에 모아두었다. ‘목조임돌’ 또는 ‘잠금돌’이라고도 하는 이 목돌은 일제의 간교함을 증언하는 역사적 유물이다. 그 옆에는 백두대간 표지석이 있다. 노치마을 윗 당산 소나무숲의 수령 800년 된 할아버지 나무께서 이 마을을 수호하고 백두대간의 정기를 지켜주시기를 빌어 본다.
노치마을을 지나 질미고개(구,질매재)를 넘어가면 덕산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옆 소나무숲에 있는 심수정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가면 좋다. 저수지를 지나 숲길을 내려가면 가장마을이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화장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원래는 가장리(佳粧里)라 불렀다 하나, 현재는 들녘에 농사짓는 움막터를 뜻하는 농막장(庄) 자를 써 가장리(佳庄里)로 쓰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옥녀봉 아래에 옥녀가 베를 짜는 옥녀직금의 천하명당이 있다고 믿고 있다. 백두대간과 천하명당의 기운을 품은 터를 지리둘레길이 지난다. 가장마을에서 운봉까지 5km 남짓의 공안천 둑길에서는 바래봉이 바라보이고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이면 벚꽃축제가 열린다.
공안천 둑길을 걷다 보면 하천 건너편에 ‘제1회 아름다운 숲’ 대상 수상지인 행정마을이 있다. 원래는 은행나무가 숲을 이루어 은행몰이라 불렀으나, 지금은 100년 이상 된 80여 그루의 아름드리 개서어나무로 이뤄진 마을숲으로 유명하다. 행정마을 서어나무숲은 모자람을 채우는 비보림(裨補林)이다. 한 스님이 이곳을 지나다 마을의 허한 북쪽에 돌성을 쌓든지 나무를 심으라 하여 조성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을 축제로 ‘술메기’(술메기는 ‘호미씻이’의 전북 방언으로 음력 7월쯤에 날을 잡아 술과 음식을 먹고 풍물을 치면서 하루를 즐기는 농가의 휴일이라고 한다)가 있어 온 마을 사람들이 숲에 모여 풍악을 즐기는 날이다. 행정마을 건너로는 4~500년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숲으로 유명한 삼산마을이 있다. 공안천을 끼고 자리한 삼산마을은 운봉향교가 있는 곳으로 마을 안길 사이사이로 천이 흐르고 돌담이 정겹다. 행정마을과 삼산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 촬영지 이기도 하다.
운봉읍의 남동부 산지와 구릉의 물을 모은 공안천을 따라 걷는 길은 육묘장을 통과하여 운봉읍으로 들어서게 된다. 운봉은 삼한시대에는 변한의 영토였고,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대였다. 백두대간을 따라 노치산성을 비롯한 국경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남원과 장수, 운봉과 남원으로 장을 보러 다녔던 고갯길도 많다. 석기시대 때 운봉이 큰 호수로 있을 때 사람들이 고리봉에 배를 매었다는 설이 있고, ‘운봉고원가야’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운봉은 해발 500m 내외의 고원지대로서 고랭지 농사가 발달하였고 모내기와 추수도 빠르다. 또한 국악의 성지와 황산대첩비가 있는 역사 문화적 의미가 깊은 고장이기도 하다. 현재의 운봉은 예전의 융성했던 모습을 다소 잃은 듯하나, 운봉초등학교를 지나며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반갑다.
운봉읍을 통과하여 천을 다시 만나는 곳 서림공원은 주천-운봉구간과 운봉-인월구간의 시종점이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벚나무가 즐비한 람천 제방 옆 서림공원에 들어서면 석장승이 먼저 눈에 띈다. 해발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심한 운봉에는 고되었던 농사일을 이겨내기 위한 것으로 마을의 수호신인 석장승 12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서림공원에 있는 방어대장군과 진서대장군, 북천마을의 동방축귀대장군과 서방축귀대장군 등 투박하면서도 개성 강한 석장승들에서 옛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걸음을 내딛기 전후에, 할매 할배 장승이 지켜주는 서림공원 그늘에서 채비를 하거나 쉬어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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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정지
개미정지(내송마을과 구룡치 사이에 있는 쉼터,벅수45번)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