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둘레길후기(3)

작성자
산이
작성일
2021-06-04 16:08
조회
21265
지리산둘레길 제3구간 끝은 시작을 낳고

고려우왕 9월에 왜장 아지발도와 삼도 도원수 이성계가 황산에서 맞붙어 싸울 때 활솜씨로 싸우려던 이성계는 어두워 적군과아군을 알아볼 수 없자 "달을 뜨게 하소서"기도했더니 대낮보다 밝은 달이 떠서 왜장 아지발도의 목구멍으로 화살을 쏘아 죽이고 승리하였다 한다.이 때 '달을 뜨게 하였다' 하여 인월(引月)이라 하였다. 아직 이른 시각이어서 일까?  위대한 역사를 품은 인월은 고요했다 부지런한 일군들은 시내 꾸미기 공사에 한창이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서서히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마다 가계들마다 예쁘고 아름다웠다. 제3구간이 시작되는 곳 바로 옆에는 이름 모를 강이 흐르고 있었고 강가의 풀이 우거진 곳에는 어미는 아닌 듯 보이는 소 한마리가 일찍이도 풀을 뜯고 있었다 1구간이나 2구간도 그렇지만 3구간도 역시 강과 마을을 옆에 두고 걸음이 시작되었다 그게 길의 숙명적인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3코스는 아름다웠다 정말 둘레길 다운 길 이었다.21킬로 거리에 소요시간 8시간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이 힘이 들었지만 세 번이나 다녀본 저로서도 감동이었다.길은 오르면 다시 내려오고 끝이 보일듯하면서도 다시 정상에 오르면 앞에 가로막은 산의 깊이는 절망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대한 힘을 주었다

미국의 목사이며 영성신학자인 유진 피터슨은  "우리는 끝(end)에서 출발한다. 내 끝에 시작이 있다"라고 말했다.그렇다, 3구간은 2구간의 끝이다. 금계부락을 향한 대장정은 바로 그 끝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끝에서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풍성함에 만족했다

어차피 우리네 삶이란 게 반복이요 시작과 끝을 수차례 경험할 때 마지막에 다다르지 않겠는가? 다시 피터슨의 말대로 '삶은 삶이 목적이고 살기 위해 위해 산다' 는 고언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다시 오르리라 둘레길 어느 숲을 지나며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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