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동강-수철]봄바람에 들리는 꿩의소리

작성자
master
작성일
2021-04-15 15:11
조회
1042
함양산청사건추모공원에는 비공식 둘레길안내센터가 있다.

추모공원 내 안내일을 하시는 분은 둘레길안내센터 역할도 톡톡히 하고 계신다. 많은 분들이 길을 물어봤었나 보다. 주차장 안내선을 약도 삼아 고동재에서 마을로 되돌아 오는 길을 소상하게 잘도 그려놓으셨다. 지도까지 동원한 친절한 설명은 덤이다. 몇 해 만나봐도 한결같은 미소와 친절함에 절로 맘이 따뜻해 진다.



추모공원 앞 댐공사로 인해 어쩔수 없이 구간이 변경되어 예전에 비해 좀 돌아가야 한다. 낮은 다리를 건넜던 옛구간이 더 좋았지만 길이 변경되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거 같다. 강을 따라 가는 길은 양지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양지꽃은 한두송이 피어 있을때보다 무더기로 피어있는걸 보면 신부의 부캐를 연상시킨다.



봄의 지리산둘레길은 봄꽃들이 경쟁하듯이 피어난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를 가도 피어나는 들꽃들이 매번 다르다. 올해는 현호색과 남산제비꽃이 많이 보인다. 현호색은 분홍, 파랑, 보라 꽃잎의 색 뿐만 아니라 잎모양도 다양하다. 그 이름을 하나하나 찾느니 예쁜 꽃으로 기억한다. 뿌리가 독성이 있어 약재로 쓰였다고 하는데 소화불량일 때 마셨던 활명수의 원료다. 제비꽃도 그 종류가 60종이 넘는다. 일일이 이름을 찾아내는거 보다, 그냥 제비꽃으로 통칭한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없던 남산제비꽃은 잎모양으로 확실히 구분한다. 이 곳에 남산제비꽃 군락지가 많다. 이 역시 작년엔 관찰되지 않은 것들이다. 아니면 못보고 지나칠 정도로 수가 적었던지...





얼레지도 지천이다. 얼레지는 꽃잎이 한껏 하늘로 젖혀지면 해가 진다는 신호다.

해를 향해 최대한 얼굴을 내밀어 햇살을 흠뻑받고 미련없이 툭! 떨어진다. 그 자리엔 하트모양의 씨방이 생긴다.

고동재까지 상사폭포와 계곡으로 연결되다 보니 습지에서 발견되는 개별꽃, 괭이눈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상사폭포에 잠깐 들러본다. 겨울이 되면 암벽등반가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이다. 얼음을 두껍게 만들기위해 펌프를 동원해 미리 물을 덧뿌려 폭포수를 두껍게 만든다. 겨울이 지났는데도 겨울에 사용했던 호수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눈살이 찌뿌려지기도 하다.

이 구간은 꿩의바람꽃 군락지가 있는 곳이다. 군락지의 흔적만 보고 꽃이 만개했을 때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만개한 군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잎과 꽃이 너무도 여리다. 꽃이 시들기 전에 바람에 날려가 없어지니 그 이름을 바람꽃이라 한다. 그동안 시든꽃의 흔적을 발견못했던 이유다. 군락지다 보니 사람이 오가는 길 위에도 씨앗을 뿌렸나 보다. 하필 쉽게 밟히는 곳에 꽃을 피웠다. 걷는이들이 피해 가면 좋으련만 미처 발견되지 못한 아이들은 부러지고 뭉개졌다. 얼레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얼레지는 뿌리가 깊어 옮겨심으면 살아날 확률이 거의 드뭄에도 꽃이 예쁘다보니 채취의 대상이 된다. 여기저기 파가고 얼레지 잎을 따간 흔적들이 보인다. 손에 한 움큼 얼레지 잎을 쥐고 있다가 나와 마주친 어떤 이는 민망했는지 캐지 않았다고 먼저 얘기한다. 얼레지가 두 잎을 달고 나와 꽃을 피우기까지 5~6년이 걸린다는데 내년에는 더 넓은 면적에서 만날 수 있을까? 올해처럼 건강하게 다시 나와주길, 바람처럼 그냥 휙 가버리지 않기를...



고동재 정상엔 산불감시소가 랜드마크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멀리 눈이 녹지 않은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하여 주변 산맥이 서라운드로 보여 제주오름 버금가는 경관을 보여준다.

계속 이어진 활짝 핀 진달래퍼레이드 속을 걷다보면 시간가는 줄 힘든줄 모른다. 이제 5월이 되면 여기엔 은방울꽃 향으로 가득찰 것이다. 다음 걸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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