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금계~동간 구간 달빛 밟으며 걸어본 길

작성자
산지골
작성일
2010-09-25 19:46
조회
24618

서울에서 내려온 다섯 둘레꾼과 나 그리고 동네친구 털보,


이렇게 맛이 약간 간 일곱 길동무가 보름달빛을 밟으며


밤새 엄천강을 따라 밤길을 걸어보겠다고 함양터미널에서 만났다.




그런데 서울에서 내려온 둘레꾼들이 읍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출발 장소인


용유담으로 이동하는데  슬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걷기를 취소해야할  할 정도로 세차게 내린다.




어차피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고 강행했던 것이고


사전에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두었지만 비가 내려도 너무 내린다...




지리산 기슭에 살며 일상처럼 둘레길을 걷고 지리산에 오르는 나와 털보야


오늘 밤 걷지않으면 내일 밤이 있지만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온 길동무들은 오늘 포기하면 내일을 기약할 수가 없는 터인지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대비를 맞으며 걷기에도 난감하다.


 


용유담에 주차하고 차 안에서  이런저런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잠시 비가 잦아든다. 


서로 눈치만 보고있던 일행은 눈짓을 주고받고


배낭을 둘러맨다.


비도 내리고 밤이라 카메라는 아예 차에 두었다.


걸음을 시작하면서도 혹시 하늘이 일단 출발을 시킨 뒤 물벼락을 내리려고 


트릭을 쓰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늘은  얄팍한 노림수 따위는 쓰지 않았고 


엄천강의 밤길은 꿈처럼 아름다웠다.




하늘이 구름으로 온통 덮혀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밤길이 어둡지 않았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반투명 효과였던 것 같다.


달빛이 창호지를 뚫고 방안을 은은히 밝혀주듯이 구름을 뚫고 


엄천강 강변길을 밝혀주었던 것이다.




세동마을을 지날 때쯤 비가 다시 내려 


세동정자에서 잠시 비를 피하고  걷는데


강건너 골짝마을 풍경이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부처가 보인다는 견불동 중턱마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불빛들은


빛의 투망을 던져 구름을 잡아두고,


달빛은 구름아래로 손을 내밀어 희미하게 산의 능선을  그린다.




운서 동지골 계곡을 지나는 길에 환한 보름달이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가 다시 구름 뒤로 숨어 버린다.


마치 너무 바쁘신 몸이라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것 같다.


 


일행은 멧돼지가 나올것 같은 으시시한 적송숲길을 지나


내리 꽂히는 듯한 경사길로 미끄러져 내려가서


운서 소콧들로 접어든다.


그리고 다시 세차게 내리는 비를 피해 


강둑에 있는 곶감 덕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운서마을 산지골로 올라간다.


 


 




 


산지골에서 구시락재 넘어가는 고갯길은


뱀처럼 구불구불하고 가파르지만


가장 아름다운 둘레길중 하나.


 


 



 


구시락재를  넘어 동강마을로 들어선다.


 


 


동강마을 정자에서 다시 쏟아지는 비를 피하고는 자혜리 강둑길을 걸어


엄천강 하류인 화계리까지 가니 새벽 4시.


6시간을 걸었다가 쉬었다가 한것이다.


일행은 화계리에 미리 세워 두었던 털보의 트럭을 타고 용유담으로


다시 이동했는데 10여분 걸렸던 것 같다.


6시간 걸은 거리를 되돌아가는데 겨우 10여분이라니...


 


트럭 뒤 짐칸에 거꾸로 앉아 달리니 마치 카세트테이프를


되감는 듯한 기분이다.


어제밤부터 오늘 새벽에 이어지는 6시간 분량의 테이프를


되감기 하는데 겨우 10여분.


문득 내 인생길 오십도 되감기해 볼 수 없을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해본다.


(휴~벌써 지천명이야...


하늘의 뜻을 깨닫게 된다는 이 나이가 되면 



세상 모든 시름이 없어지리라 생각했건만...


생각하면 나도 참 웃낀다.


내가 공자가 아니라는 건 왜  생각지 못했을까.


나는  지리산 골짝 마을에서 곳간에 가족이 먹을 양식


채우기에 급급한 평범한 가장일 뿐이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그래... 지천명은 하늘의 뜻을 저절로 깨닫게 되는 나이가 아니라


하늘의 뜻을 알려고 노력하며 살지 않으면 안되는 나이라는 의미로


공자님이 하신 말씀인 게야... )




내가 밤을 새워 길을 걷는 것도 따지고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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