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둘레길 #13 대축-원부춘

작성자
후곡
작성일
2013-05-07 08:45
조회
25828

  출발, 저 정상 형제봉 왼쪽의 바위봉(신선대?) 밑 능선을 넘어야 한다.

 

 

지리산 둘레길 #13 대축-원부춘

 

* 8.7Km / 누적거리 146.0Km

* 2013.03.03. 일요일 / 5시간 소요

* 대축 악양천 뚝길(0.28) 입석(1.9) 개서어나무숲(2.3) 아랫재(0.54) 너럭바우(0.22) 묵답(2.3) 원부춘(0.99)

 

   보리밭 풍경 

 

3일 연휴 걷기의 끝날이다. 하동읍에서 차량으로 전날 끝 지점인 대축으로 향한다. 정미소 앞에 차량을 주차한다. 대축 정류소 가겟집 조분수(78) 님이 반갑게 우릴 알아보신다. 남편 공인권(81) 님도 우릴 반겨주신다. 저렇게 오랜 세월 부부로 살아오면서 우리 보기에 참 밝고 온화한 표정으로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바라만 보아도 그분들이 살아온 세월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생명력이 넘치는 젊고 아름다운 부부도 그 나름 아름답지만, 대축정류소의 가겟집 주인장 부부처럼 아름답게 노년으로 향해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고운 정경이다. 우린 지리산 자락 대축에서 푸근한 어른들을 알았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마음에 자리 잡는 것을 느끼며 오늘 일정을 시작한다.

  악양면 평사리, 중간에 멀리 부부 소나무가 보인다.  

 

악양천 뚝길을 걷는다. 왼편으로 무딤이들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건너편으로는 평사리가 형제봉을 배경으로 산자락에 드넓게 점점이 흩뿌려진 미술 작품처럼 흩어져 있고, 위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야 할 입석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형제봉과 악양면 평사리 들판이 오늘의 우리 무대다. 섬진강도 추가해야겠다. 형제봉(1,115M)을 넘어 가면서 힘들면 쉬어 뒤돌아볼 때 저 평사리 들판이 우릴 격려할 것이고 또 오르다 내려다 보면 섬진강이 우리들의 피로를 덜어줄 것이다.

 

    길동무와 나

 

   입석마을 앞에서, 오늘 저 형제봉 왼쪽 암봉 밑 능선을 넘어야 한다.

 

우린 오늘 저 형제봉 정상의 약간 왼쪽에 툭 튀어나온 바위산(신선대?) 밑 갈림길을 넘어 원부춘으로 가야한다. 오늘은 걷기가 아니라 등산이 될 것이다. 뚝길이 끝나고 입석마을로 접어드는데 꽤 푸르러진 보리밭이 보인다. 서리 맺힌 보리밭이 햇빛을 받아 싱그럽다. 입석마을 안길을 따라 오르는데 경사가 급하다. 마을이 끝날 즈음 왼편에 조그만 저수지가 있다. 저수지라기보다는 꽤 큰 둠벙이라 해도 좋겠다.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기 전 밤나무 밭 양지바른 곳에 앉아 배낭에 든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해치운다. 둥실 떠오른 햇살을 받으며 형제봉 밑에 앉아 먹는 찰현미밥, 사과 몇 쪽. 소박하고 맛있는 조용한 산자락에서의 식사. 두런두런 주고받는 우리들의 대화도 밝은 햇살에 둘레길의 자연으로 녹아드는 것 같다.

 

     계속되는 등산로

 

 

     둘레길 안내 리프렛들, 앞장 그림들이 참 정겨웁다. 

 

밤나무 밭을 지나 본격적인 숲길이다. 오르막길이다. 우린 이 지루한 오르막길에서 둘레길 7코스인 어천-운리 구간의 웅석봉 오르는 길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맞아 그때는 눈까지 내려 있어서 참 미끄러웠지! 경사도 그 때가 더 심했어! 오늘 이 길은 훨씬 오르기 좋아! 우리는 벌써 지리산 둘레길에서 힘들 때면 떠올릴 추억의 시간과 장면들을 꽤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 이야깃거리들은 둘레길을 걷다가 힘들 때마다 우리들에게 풍요롭고 포근한 위로와 격려가 되곤 한다

 

       부산에서 오신 김태겸 님과 재회

 

     뒤돌아보니 섬진강이 우릴 격려한다.

 

형제봉 능선 갈림길이 나온다. 우린 재를 넘어가고, 능선을 따라 올라온 등산객들은 형제봉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그런데 뒤에서 따라 오르던 둘레꾼 한 분이 우릴 추월한다. 언뜻 스치듯 지나는 이를 마주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데 이틀 전 화월 마을 앞 징검다리를 건넌 뒤 들길을 걷다 마주친 부산에서 왔다는 그 분이다. 그래도 확인해본다. 부산에서 오신 분 맞죠? 맞다. 그 분이다. 우린 또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다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대화도 섞는다.

     둘레길 소책자와 전구간 안내지도 표지  

 

그 둘레꾼의 이야기. 어제 저녁 대축에서 잠잘 곳을 정해놓고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나 동네 가겟집에 들렀다가 그 주인 할머니가 했던 말을 옮겨준다. 조금 전에 두 사람이 와서 자기집 막걸리 세 병을 다 털어 마시고 가버려서 없다고 하더란다. 그 두 사람이 우리였다고 실토하니 우린 또 더 친해진다. 그랬었군요. 마주보고 많이 웃어댄다. 그제야 비로소 서로 이름을 주고받는다. 김태겸 님. 나보다 두 살 연상. 부산에서 무역업에 종사. 영문 이름은 Thomas Kim. 우린 그렇게 그 정도로 헤어지는 줄 알았다. 먼저 가세요. 예 천천히 오세요. 다시 길동무와 둘이 되어 원부춘으로 내리막길을 줄여간다.

 

    깃발과 형제봉, 산불조심 깃발이 당당한 형제봉(1,115M)을 호위하고 있다.  

 

원부춘에서 오르는 등산객들이 나타난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무릎에 꽤 부담을 준다. 고로쇠 나무가 지천이다. 수액을 모으기 위해 거미줄처럼 널려있는 투명호스, 검은 호스들, 참 인간들이란 살아가는 방식들이 다양하기도 하다. 묵답이 나오고 돌 층계길을 내려간다. 원부춘 마을 뒤에 너럭바위 쉼터. 거기에서 김태겸 님이 휴식중이었다. 우리 셋은 함께 택시를 타고  대축으로 향한다. 다시 가겟집 주인장 부부와 우리는 막걸리 한 잔씩으로 즐거운 재회, 어제의 막걸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형제봉에서 다시 만난 사연 등을 풀어 놓는다.

    원부춘 마을 뒷길을 내려가고 있는 길동무와 Thomas Kim 씨

 

  

김태겸 님을 하동 버스터미널까지 태워다 드리면서 터미널 건너편 뒷골목의 어느 식당 시락국밥(시레기국밥) 얘기, 님의 친한 벗이 힘든 병으로 고통 중에 있다는 얘기 등을 주고받는다. 여러 면에서 느낌이 통하는 둘레꾼과 헤어지고 나서 우리는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화개장터를 구경한다. 빙어튀김과 비빔밥, 그리고 더덕막걸리 한 잔으로 3일 간의 둘레길을 마감한다. 꽃은 아직 일렀으되 행복하고 기쁜 둘레길이었다.

    화개장터 수족관의 빙어들  

 

 

우리는 점점 둘레꾼들과 섞여서 지리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포근한 마음으로 귀가길 마음속엔 벌써 다음 코스에서 마주할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매화꽃, 벚꽃, 더 걷다보면 철쭉, 진달래가 마구 피어날 것이다. 거기에 꽃보다 고운 사람들 섞여 둘레길 걸으며 사랑을 주고받을 것이니, 꽃과 사람이 서로를 눈부시게 바라보며 어우러질 그 길은 필시 별유천지가 아니겠는가!

 

     원부춘으로 가는 길

 

      둘레길 관련 소책자와 리플렛                                                                  다음까페<마음의 고향, 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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