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5월 7일 수철~동강 길을 걷고

작성자
chick
작성일
2010-05-16 15:01
조회
24830




직장생활 22년 만에 봄에 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난 운전도 잘 못하고 마땅한 동행도 구하지 못해서 혼자 지리산 둘레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열심히 검색을 하는 중에 지리산길이 우연히 눈에 띄어 5월 7일 날짜, 애벌레님이 인솔하는지리산 길 걷기를 신청했다.


처음에는 숙박할 곳을 찾으려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컴퓨터를 뒤졌으나 마땅찮아서 그만 두고 동행도 지도도 차도 정보도 또 그 흔한 민박집 전화번호도 없이 무작정 가기로 했다


성남에서 진주로 진주에서 중산리로 중산리에서 산청으로 옮겨 다니자 지리산 근처 지리에 약간 감이 오기 시작했다. 외국도 배낭여행을 하는데 말과 글이 통하는 우리나라에서 못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리산 길 팀과 만나기 위해서 나는 시간을 넉넉히 내어 일찍 감치 산청에서 수철마을 가는 버스를 잽싸게 탔다. 수철 마을 회관 앞에 내리니 공사 중이라 어수선하고 그럴듯한 숙박 시설이 없는지라 회관 매점 할머니 집에서 자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 매점에서 같이 자자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울산에서 다니러 온 할머니 딸의 안내를 받아 민박집에 도착 한 후 빈 집에 딸이 데리고 온 몽키(애완견)가 무서워 작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졸다가 책 읽다가 시간을 보낸 후 마을 산책도 하고 저녁도 먹고 일찍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딸과 함께 산청읍에 가서 김밥 세 줄 사고 아침 먹고 딸이 다니던 폐교된 초등학교가 절로 바뀌었다고 해서 구경도 가고 마을 아저씨(할아버지)네의 신기한 바위도 구경한 후 드디어 10시 조금 전에 일행과 만났다. 날씨도 화창하게 좋고 꽃과 새로 돋아나는 연초록의 새순과 산은 계절의 여왕이란 말이 딱 맞았고 마음은 구름위로 날아올랐다.


우리 일행은 인솔자 애벌레님 대신 오신 날라리님(우린 애벌레님을 못 뵈었지만 느린 애벌레 보다는 날라 다니는 날라리님이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으셨다) 원동에서 오신 새댁, 용인새댁(나), 안성새댁, 안성새댁의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늦게 오신 몸 살리기 젊은 오라버니였다.



바쁜 와중에도 온갖 일을 다 하고 꼼꼼하게 김밥과 과일, 더덕까지 챙겨 오신 인솔자 날라리님은 천하를 휘어잡을 유비, 장비. 관우어머니로서 부족함이 없었고 자유로운 영혼 원동새댁도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보기 좋았다. 미모를 자랑하시는 안성새댁과 어머님, 동반하신 아버님의 인정스러운 말씀과 맛있는 충무김밥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셨으며 아무리보아도 내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몸 살리기 젊은 오라버니는 세대차도 나지 않아 신기하기까지 했다. 몸과 마음이 다 젊어 보이시는 것이 특별한 비법을 행하고 계신 것 같았는데 역시 몸 살리기 활동을 하신다고 그러면 그렇지 예사롭지 않은 채식 식단과 걸음걸이, 마음 쓰시는 것이 지리산 근처에 자리 잡으셔서 여유롭게 사시면서 가끔 우리를 불러 주시면 우리도 오라버니처럼 젊어질 것 같다.


수철마을을 지나 고동재를 넘어 쌍재의 산불감시원 아저씨를 만나 친절한 설명을 듣고 꿀 맛 같은 점심을 나눠 먹고(난 얻어먹고) 상사폭포에서 발을 담그고 노닐다가 계곡을 따라 내려와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 입구에서 막걸리 한잔씩 하고 동강까지 걸은 일정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지리산 길을 허락해주신 마을 분들에게 감사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지리산 길에게도 감사하고 뵙지는 못했지만 신경 서 주신 애벌레님도 감사하다. 오늘의 일행들은 오늘 처음 만난 분들 같지 않고 영원히 지리산과 함께 할 친구로 또 언젠가 다시 한 번 뵐 수 있게 되었으면 기대를 가져 본다.


*사진 올리는 방법을 몰라 못 올리겠습니다


 젊은 오라버니 사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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