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이상한 지리산길

작성자
동등
작성일
2010-05-05 08:34
조회
26640

5월 4일 지리산길 탐방 차원에서 인월 안내센터에서 매동마을까지만 다녀올 생각이었죠. 아이들이 커가면서 지들도 바쁘니 예전처럼 등반할 시간이 거의 없어져 짧은 구간이나마 나눠서 산책 삼아 짬짬이 다녀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제가 생각했던 지리산길과 너무 다른 고생길을 나서버렸네요.


 


안내센터에서 여쭤도 보고 제 나름으로 안내책자를 살펴보니 황당하더군요. 중군마을을 지나 장항마을로 가는 길목에서 백련사 방향으로 들어서버렸고, 표고와 거리를 나타내는 안내책자 구간 그래프에 나와 있는 ‘숲길 진입’이라는 표기에 대해 착각을 해버린 거죠. 적당한 산행이 포함돼있으려니 생각했던 거죠.


 


제 착각과 맞아떨어졌는지 제 눈앞에는 줄줄이 리본이 걸려 있었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흔히 보는 그 리본이었습니다. 그 리본이 조금은 어설퍼 보이긴 했지만 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산에 오를수록 등산로 또한 어설프기도 하고 험하기도 했지만 그때까지도 제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아무래도 사람 발길이 뜸한 구간이려니,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죠. 한참을 오르고 어느 순간 리본을 놓쳐버렸습니다. 마지막 리본을 찾아 오르락내리락하기를 수차례, 비로소 제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죠. 그렇다고 다시 내려갈 수도 없었습니다. 너무 깊숙한 곳에 들어서버린 거죠. 내려가기도 막막한 상황에서 리본을 따라 계속 오르기도 했습니다.


 


인적도 없는 야산을 물도 없이 헤매는 게 두렵더군요.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한참을 오르고 오르다보니 멀리서 사람들의 음성이 희미하게 들리더군요. 그러고도 한 30분 더 올랐던 거 같습니다. 덜컥 산 정상으로 보이는 구릉이 나타나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더군요.


 


그때까지도 제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프 상에 나타나있는 숲길 정상으로 오르는 방향이 여럿 있나보다, 내가 험한 길을 택했을 뿐이고.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장항마을인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마을이었고 규모도 상당히 커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이런...... 그 정상에서 바래봉이라는 팻말이 보였습니다. 너무 황당했습니다. 헛웃음이 연신 터져 나오는데 내 스스로 감당이 안되더군요.


 


제가 올랐던 길은 정상적인 등산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이정표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겠죠. 덕두산을 거쳤는지는 잘은 모르겠고, 산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북쪽에서 바래봉 정상으로 올랐던 거 같습니다.


 


제가 고생을 해서 그런 건 결코 아니지만 이번 탐방에 아쉬운 점이 남습니다. 지리산길 이정표가 너무 흐리다는 겁니다. 다른 구간은 어떤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 이정표는 다들 애매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간만 벗어나면 더 이상 아무 표식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틀린 길을 틀린 상태로 마냥 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표식 또한 정상적인 길을 뚜렷하게 나타내주는 표식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대한 반성도 필요했던 거 같습니다. 지리산길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않았나. 그리고 정보가 일천한 상태에서 관련사이트를 들여다본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방만해도 한참 방만했던 게 분명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용후기나 질문답변 같은 항목을 꼼꼼히 챙겨보고 일정을 잡도록 해야겠죠.


 


제 아이들에게 저의 이상한 산행 경험을 설명해줘야겠네요.


그리고 지리산길 인월안내센터 직원분들 무척 친절하셔서 유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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