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둘레길 3코스 다녀왔습니다.

작성자
쌍봉야스리
작성일
2010-09-24 14:21
조회
24570

추석 연휴 전에 지리산둘레길 3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사전에 많은 준비와 점검을 한다고 했는데도, 막상 가서는 헤매버렸습니다.


같이 간 동생분들께 미안한 마음 가득,,(^^;;;


 


9월 들어서, 1박2일이라는 프로를 보고, 우리도 가보자 해서 준비를 한지 어언 2주일,,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전화해서 물어보고, 다녀온 후기 등등등 확인을하고,,


 


드뎌, 9월19일 일요일 새벽 출발,,


 


새벽의 싸늘한 공기를 가르고, 집을 나서 먼저 대포로 이동,,승주를 태우고 여천역에 도착,


기차표를 끊고, 새로산 아이폰4 보여주고 사과 나눠먹고, 이런 저런 예기를 하던 중에


은선이가 도착,,


 


남원행 기차를 탑니다.(여천역발 05:36, 남원역착 06:51)


 


오랜 만에 타보는 새벽기차가 참 새롭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 멀리 해가 뜨고,


점점 모습을 들어내는 도시들과 들녁,,,새벽의 기차 여행도 나름 정취와 재미가 있습니다. 좀 졸리는 것만 빼면,,,


 


남원역에 도착해서,


전부 화장실 가서 물 버리고, 버스 시간표 훑어보고 있는데,,


버스 한대가 오더니 급히 기사님이 내리셔서, 지리산둘레길 가냐고,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얼른 타라고 인월행 버스가 지나가는 길목까지 태워주시겠다고 하십니다. 고맙게도,,,


무료로 인월행 버스가 지나가는 길목까지 태워주십니다. 134번 기사님 감사합니다.(^^) (__)


 


감사한 마음 가득 안고 버스에서 내려 기다리니 인월행 버스가 옵니다.


히치하이킹 식으로 버스를 세워서 타고, 인월까지 운임을 물으니 2600원/인 이며 약 5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인월행 버스에 몸을 싣고 설레는 마음과 약간의 흥분과 걱정을 안고 인월로 갑니다.


인월에 도착,,,


벌써부터 지리산 둘레길을 가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새벽부터 설치는 바람에 아침식사를 못해, 가까운 식당을 찾습니다.


인월 시장내에 있는 백반집,,백반을 시켜 먹습니다.


너무나 시골스런 맛깔나는 반찬과 무우를 말려서 끓이셨다는 물,,너무나 맛있게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시원한 무우 달인 물을 물통 가득 채워서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타를 찾아 나섭니다.


 


안내센타에는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차편을 묻는 사람, 숙박을 묻는 사람등등,,


재밌습니다. 그리고 왠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를 위해 산장에 들렀었던 기억을 되살려봅니다.


 


안내센차에서 지도 한장씩 들고, 드디어,,,짜자잔,,코스에 접어듭니다.


 


길게 늘어진 둑방길을 따라 약 30분 정도를 걸으니 종군 마을에 도착합니다.


 


종군마을을 지나 지리산둘레길 3코스에 접어듭니다.


 


경남산악회에서 아저씨,아주머니들이 단체로 오셨습니다. 화려하고 깔끔한 복장과 베낭을 메고,


소란스럽게 지나갑니다. 우리도 질세라 열심히 걷습니다.


 


중간 계곡에서 땀 좀 식히고 다시 걷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는 임도(산 중턱에 깔아진 시멘트로 된 도로)와 산길을 반복해서 걷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마을 근처를 지날때는 임도를, 산속으로 들어서면 산길을 따라 걷습니다.


 


해가 뜨겁게 내리쬐고 파란 하늘의 흰구름이 어지럽지만, 간간히 만나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면


한여름의 해수욕장도, 에어컨도, 선풍기도 필요없습니다.


 


길가의 코스모스와 잠자리를 보면서 걸으니 어느새 장성마을,,


싸가지고 간 사과를 맛있게 나눠먹고, 오이로 목을 축이고, 또다시 걷습니다.


 


길가의 고사리가 마치 원시림을 보는 듯 가득합니다.


둘레길 여행객들의 목소리를 좇아서 우리도 그 무리 중의 하나가 됩니다.


 


상황마을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과 라면과 동동주,,,안먹어본 사람은 모릅니다. (^___^)


석석 비빈 비빔밥 한숟가락 입에 가득 넣고, 도토리묵 반찬 삼아, 한잔 쭈욱 들이키는 동동주의 맛은


오전 내내 걸으면서 지친 몸과 발에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식사 준비가 조금 늦어서 미안하다고 휴게소 총각이 공짜로 건네준 캔커피,,(^^)


아마도 은선이와 승주의 미모에 잠시 정신줄 놓아버린 것이 아닌가 싶고,,


 


다시금 길을 제촉합니다.


 


강호동과 은지원이 수영한 계곡의 물은 그새 많이 말라버려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당시의 모습은 그려봅니다.


승주의 말 처럼, 시원한 물 속에 풍덩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집니다.


 


드뎌, 그 유명한(?) 다랭이논에 다다릅니다.


황금색의 다랭이 논과 푸른 지리산자락과 파란 하늘이 너무나 이쁘게 두 눈 가득 들어옵니다.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 보지만, 역시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합니다.


 


다랭이논을 지나 위로 올라가니, 또다른 휴게소가 있습니다.


식사를 한지 얼마되지 않아, 그냥 오미자차만 한잔씩 마시기로 합니다.


얼음 가득한 시원한 오미자차,,그 바알간 색깔이 휴게소 아주머니 마음처럼 곱습니다.


한모금 들이키니 몸의 소름이 돋습니다. 두모금 들이키니 온 지리산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듯 합니다.


세모금 들이키니 정신이 아련해 집니다.


한 방울이라도 아낄세라, 물통을 비워 얼음과 같이 담습니다. 그저 마음이 든든해 집니다.


 


다랭이논을 지나 등구재를 넘습니다.


3코스 중에서 제일 높은 구간, 오르막도 길고, 그만큼 내리막도 길어집니다.


그렇지만 함께하는 발걸음에 절로 나오는 노래가락 덕분으로 한걸 신나고 재밌게 걷습니다.


 


주님과 함께 걷는 하루 라는 노래를 부르니, 그 가사 내용이 딱 입니다.


 


그렇게 등구재를 넘어 임도를 만납니다.


한 20여분 정도를 지루한 임도를 따라 걷습니다.


 


이야~ 이제는 다 왔다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ㅜㅜ)


임도의 끝에서 만난 마을에서 최종 목적지인 금계마을 까지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다시 숲길을 한참을 지납니다.


발과 다리는 한계에 다다릅니다. 숨도 턱에 차오릅니다.


베낭은 그 무게를 더해 어깨까지 아파옵니다.


빨리 숲길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순간 처음 준비에서부터 출발, 그동안 걸어온 길, 만난 사람들, 함께 하고 있는 은선과 승주의 얼굴이 스쳐갑니다.


그리고, 내 모습이 보입니다.


둘레길 출발 전부터 오는 내내 마치 뭐나 되는 냥 거들먹거렸던,


산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처럼 아는 체 했던,


나이값 못하고 있는, 속 좁은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어 아무런 느낌없이 그저 발 가는데로 길을 갑니다.


 


그 순간!! 눈 앞에 환해지면서 금계마을에 도착합니다.


복잡했던 머리속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아집니다.


 


고개를 돌리니, 지리산이 내려보며 웃고 섰습니다. 나도 미소로 답해줍니다.


짧은 순간 스쳐지난간 생각 들을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아무리 많이 가진 사람도, 아무리 멋있는 사람도, 산 속에서는 다 똑같은 여행자요, 순례객입니다.


자신의 다리로 걸어야 하고, 자신의 짐을 짊어져야 하고, 그렇게 목적지까지 가야합니다.


만나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면 그또한 기쁨이 되고 삶의 즐거움이 됩니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면 됩니다.


 


금계마을에 도착해서,


음료수 하나씩 사서 마시고, 인월까지 버스편을 확인하니 너무나 시간이 늦어집니다.


그래서 택시로 인월까지 갑니다. 택시비 15,000원,,힘들게 걸었던 8시간의 거리를 단 10분만에 도착합니다.


 


인월에서 남원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 남원역으로 향합니다.


남원역에서 여천까지는 다시 기차를 탑니다.


(남원역발 19:18, 여천역착 20:53)


 


오는 기차 안에서는 어느새 잠에 취해버립니다.


 


허겁지겁 승주는 덕양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고,


은선과 같이 여천역에 내립니다.


 


그렇게, 이렇게 지리산둘레길 여행이 끝이 납니다.


 


새벽에 집을 나선지 장장 17시간의 여행이 끝이 납니다.


 


조금은 무리하게, 조금은 재미없게 길을 제촉한 듯 하여, 지리산 둘레길의 참 맛을 못느낀 것은 아닌지


함께했던 은선과 승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준비도 조금은 부족한 듯 하고,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매사가 그런 것 같습니다.


철저하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막상 지나면 부족하고, 그래서 두번 세번 확인하고 준비하고 해야 하는 건가 봅니다.


 


그렇지만,


이번 산행을 통해서 다시한번 내 자신의 모습과 한계와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숲길을 지나면서 느낀 그 바람과


눈 앞에 가득했던 하늘과


언제나 푸근하게 안아주는 지리산은 역시나 좋은 추억으로, 좋은 기억으로 마음 한켠에 남습니다.


 


끝까지 힘든 내색없이 참고 잘 따라와준 은선과 승주에게 다시한번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비록 함께 하진 못했지만, 마음으로나마 응원해준 청년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더 많이 , 더 준비해서 , 더 재밌게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9월도 어느새 끄트머리입니다.


 


남은 올 한해는 지리산의 오미자차 같은, 산 중턱의 시원한 바람 같은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긴 후기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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