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방광-산동구간 가탄-송정구간, 남원 주천-운봉구간 인월-금계구간] 드디어 뻐꾹나리를 만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9-09 16:44
조회
1011
아직 여름인가?  벌써 가을인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데 긴가민가한 계절이다.

지리산둘레길도 여름꽃과 가을꽃이 섞여서 긴가민가에 동참 중이다.

언젠가 구례 산동의 편백숲을 걷다, 어디선가 풍기던 은은한 향에 한참 코를 벌렁거리다 찾아냈던 뻐국나리 존재를 잊을수 없다.

몇 해가 지나 페이스북에서 고맙게도 그날의 추억을 고스라니 꺼내준다.

꽃모양이 참 독특하다.  꽃잎의 무늬가 뻐꾸기 새의 가슴팍 무늬와 닮았다는데 본 적 없으니 패스,

누군가는 꼴뚜기 닮았다고 하나, 먹는것과는 도무지 연결이 안되니 패스,

내 눈에는 영락없는 소녀 발레리나의 모습이다. 그것도 처음 무대에 오른 수줍음과 두려움도 느껴지는 귀엽고 앙증맞은 그런 모습니다.

꽃은 이맘때쯤 피고,  큰 잎 상태로 봄에서 여름을 보낸다.  잎에서도 얼룩이 점이 있어 꽃이 피지 않아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군락지 위치를 기록하며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지만 그 꽃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다.

아니러니하게도, 걷는 순례자들의 안전하고 편한 길을 위해  둘레길 주변은 자주 예초를 해 줘야 하는데

그 큰 이파리 덕에 댕강댕강 여느 잡초 취급을 받는다.

여기저기 뻐꾹이 절명소리가 들리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 와중에 피어난 꽃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주룩주룩 비가 내리거나 흐린날 연속이다.

옅은 안개 낀 가탄-송정구간을 걸어본다. 별 기대없이..

군락지의 위치를 알고 있었지만  개화시기를 매 번 놓치거나 예초 날에 이미 희생이 된 터라  별 기대 없이 올랐던 길이다.

"심 봤다~"

수줍은 발레리나의 군무를 보는 듯 하다.

날씨 탓인지 내 머릿속에서 기억하는 그 진했던 향기는 없다. 흐린 날 꽃향기가 안난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올해는 남원에서도 뻐꾹이(뻐꾹나리)의 소식이 들려온다.

여름철새인 뻐꾸기가 우는 시기와 지금하고는 안 맞는거 같은데, 뻐꾸기가 울때 핀다는 설도 있다.

맞든 안맞든 지리산둘레길에서 들리는 뻐꾹이 소식은 반갑기만 하다. 훼손되지 않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소식을 듣고 싶다.







그러나,

발길이 닿는 가까운 곳에 군락을 이루다 보니 발길에 다칠까 아슬아슬한 아이, 이미 밟혀 널부러져 있는 아이.

발끝을 조심해 달라는 당부는 공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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