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퇴약볕, 당당한 배롱나무

작성자
master
작성일
2021-08-03 18:06
조회
954
40도가 넘는 이상기온이 이제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듯 하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94년의 무더웠던 여름의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호들갑이더니
올해는 일상이 된 듯, 연일 폭염경보에 재난문자가 수시로 날라오고 있다.
숲이있고 계곡이 있는 지리산둘레길,
이 폭염속에서도 순례자들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정신마저 혼미해 질 정도의 뜨거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요즈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꽃잎을 활짝 펼친 배롱나무 붉은꽃이 굉장히 정렬적이다.  산천이 모두 진초록이고 꽃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때,  붉은빛의 배롱나무꽃은 유난히도 눈에 띈다. 줄기의 얇은 껍질이 벗겨지면서 생긴 얼룩덜룩 무늬와  반질발질한 나무기둥도 특이하다.

배롱나무는 이름이 여러개다.
한여름에 꽃을 피워 백일 동안 그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해서 백일홍나무,
백일홍나무가 세월이 지나면서 배기롱나무로 바뀌어 지금의 배롱나무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나뭇가지를 간지럼 태우면 잎이 흔들려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보여 간지럼나무로도 불리고.
원숭이도 미끄러질 만큼 미끄럽다 해 일본에서는 미끄럼나무로 불린다.

남원의 밤재 - 주천구간을 걷다보면 오래된 비각을 만나게 된다.  류익경 효자비각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이 비각앞에는  연세가 무려 300살인 배롱나무 어르신이 서 계신다. 나무 높이는 5m 둘레는 0.6m. 이 어르신을 비오는 날에 뵈면 알통이 참 멋지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구례의 송정-오미구간에 있는 운조루의 배롱나무도 한창이다.
배롱나무는 금방 피었다 지는 보통의 꽃과 달리 여름 내내 피기 때문에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양반가옥으로 유명한 이 곳에도 어김없이 배롱나무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산청의 어천순환로, 그리고 운리-덕산구간을 걷다보면 남명조식기념관과 산천재에서도 배롱나무를 볼 수 있다.
더운 여름 혹사당하는 내 발 휴식도 줄 겸, 기념관에 들러 붉은 배롱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도 좋겠다.

하동의 하동읍-서당구간, 하동호-삼화실구간 그리고 위태-하동호 구간 등 지금 이 시기에 만나는 지리산둘레길 위에서 만나는 배롱나무 붉은꽃은
발끝만 보고가는 고된 순례 대신 고개를 들고 하늘과 주변을 보라고 알려주는 듯 하다


-  숲길등산지도사 민종덕 선생님 페이스북 내용 일부 발췌



facebook twitter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