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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8일 토요걷기(원부춘-가탄 구간)

작성자
숲길
작성일
2015-04-26 07:31
조회
33216
Untitled-1 "잊지 않겠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내려 놓기 힘든 일주일입니다. 어느새 일년...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서 다시 4월 16일이 돌아오고 일상은 반복됩니다. 오드리헵번의 아들 션헵번이 진도땅에 기억의 숲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달린 노란리본, 거리마다 나부끼는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현수막, 그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지만 기억이 존재하는 한 오랫 동안 잊지 않겠다는 그 마음을 헌화하듯 바칩니다.

9시 50분 원부춘마을회관에 모여 인사나누기를 하고 출발합니다. 오늘 참가자는 모두 17분, 구간의 난이도가 높습니다. 지난 2월 지리산둘레길 정비기간에 이 구간을 걷고 눈쌓인 내리막길에 겁을 먹었던 기억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르막길을 걸어 갑니다. 원부춘마을회관에서 형제봉 임도 삼거리를 지나 헬기장까지 약 5km를 꾸준하게 올라 가야 합니다. 고지가 높아서인지 아래쪽에서는 다 진 산벚꽃이 군데 군데 수줍은 분홍빛으로 피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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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라서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많이 벌어지지 않도록 길동무를 맡으신 박무열 선생님이 중간중간 쉬기도 하고 구간 설명도 해 주셔서 힘들지 않게 다같이 헬기장에 모여서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저멀리 지리산 봉우리들(노고단, 반야봉, 형제봉, 영신봉 등)을 바라보면서 무거웠던 마음을 잠시 내려 놓습니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은 언제나 우리를 감싸주고 다독여 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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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시작된 가파른 내리막길. 중촌마을 하늘호수 쉼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발길을 재촉합니다. 가파르지만 아름다운 숲속길입니다. 중간 중간 진달래가 선연한 분홍빛을 뽐내고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새순의 연두빛이 싱그럽습니다.
행여나 무릎이라도 다칠까 조심스레 내려가니 후미가 하늘호수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40분. 먼저 오신 참가자분께서 돌리시는 막걸리 한모금에 가슴속까지 시원해 집니다. 맛있는 점심을 나누어 먹고 1시 50분 다시 출발합니다. 오늘은 점심시간이 조금 깁니다. 아마도 시원한 막걸리와 표고전때문이겠지요?
중촌마을길가에 병꽃이 많이 보입니다. 병꽃의 색깔이 왜 여러가지인줄 아시나요? 이미 수정한 꽃은 아직 수정하지 못한 꽃에게 벌과 나비를 양보하기 위해 꽃색깔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다같이 잘사는 세상" 작은 꽃들에게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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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화개면은 수제차로 유명합니다. 보성녹차나 제주설록차에 비해 직접 손으로 만드는 화개 녹차는 맛과 향이 부드럽고 깊습니다. 정금마을을 지나 대비마을, 백혜마을, 가탄마을까지 아름답게 가꾸어진 녹차밭사이를 지나는 둘레길은 이구간의 백미지요. 차밭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냥 지나칠수가 없습니다. 모두들 사진을 찍느라 분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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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인 가탄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3시 40분 경 택시를 불러서 출발지인 원부춘마을로 돌아갑니다.
힘들지만 아름다운 구간, 처음 이길을 만들때 "고행의 길"이라고, 또는 "처사의 길", "생명평화의 길"이라고 이름을  붙이자 의견이 분분했었지요. 그래도 길은 그저 길이어서 우리를 걷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내려놓게 합니다.
헤어짐의 인사를 뒤로 하고 다음주를 기약하며 오늘의 토요걷기를 마무리 합니다.
함께 해주신 참가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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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분노와 슬픔의 감정만은 지켜 주시기 바란다고,
분노는 버팅기는 힘을, 슬픔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힘을 주기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말합니다 이제 그만 잊어버리라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일은 몸만 상하게 한다고...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져도 분노하고 슬퍼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이 더 무서운 세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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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7-24 13:57

    게시글과 사진 잘 보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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