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지리산둘레길’은 무엇인가?

20세기 세계적인 석학들의 진단을 소개한 우리글 제목이 ‘죽음으로 남긴 20세기 증언’이다.
놀라운 진단이다. 어느 시대보다 인간의 편익과 편리, 권리가 신장되었다는 20세기 문명. 그 문명의 질주에도 우리는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역설이다.
지금은 다른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코로나를 적으로 대하는가? 친구로 대하는가? 상대를 없애거나 죽여야만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는가? 인류는 수 세기 종교간 전쟁, 진영놀음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그 고리를 끊어버리지 않는 한 죽임의 문명은 되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답을 찾아보자는 노력이 2000년 시작한 ‘지리산공부모임’이었다. 종교계, 학계, 시민진영이 모여 지리산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담론을 만들고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다. 내 생명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나?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생명평화 정신이고 그것을 간단명료하게 나타낸 것이 생명평화무늬이다. 세계사적으로 위대한 탄생이라고 자부한다.

생명의 그물망은 얽혀있다. 홀로 존재하지도 할 수도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인간만이 세상을 움직이고 다스릴 수 있다는 착각과 혼미 속에 살았다.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으로 살았다. 그 결과 생태환경위기를 자초하였고 지구촌 곳곳이 불평등의 세상이 되어 날마다 전쟁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러다가는 문명이 사라지고 인류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자각의 깊은 내면은 온 생명 공동체, 관계론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 실천적인 물음을 하는 길은 걷기이다.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순례의 길로 제안된 ‘지리산둘레길’의 밑바탕은 지리산공부와 지리산운동이다.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가 이 길의 탄생에 참여하였고, 행정의 도움이 있었다.

두 발로 길을 걸으면 지루하고, 때로는 번거롭고 심심하며, 온갖 잡념과 망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 길을 걷고 걷다보면 새소리, 물소리, 나무와 풀, 마을과 사람을 만난다. 삶은? 나는? 존재의 실상에 대한 물음이 생기고, 자신을 만나 정리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잘 다루는 능력과 실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동안 우리는 더 예쁜 것, 더 빠른 것, 더 편한 것, 더 아름다운 것 등등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찾아 헤맸다. 정작 나의 진면목, 참다운 나,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다.

나는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만물과 어울려 있다는 생명평화의 가르침은 단순 소박한 존재의 실상이다. 농부가 없으면 내 생명도 없고 물과 파란 하늘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깨달음은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를 변화시킨다. 그대가 나였음을 받아들이고 상대를 친구로 대하며 문제를 다루는 방식과 적으로 대하며 문제를 푸는 방식은 천양지차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이유는 내 생명의 실상을 깨우치고, 삶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배우는 과정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다. 행동과 말을 곱게 하는 실력과 능력은 자신의 실상을 아는 일이며 끊임없는 성찰의 결과로 나온다. 코로나 시대, 존재의 실상을 깨우치는 일은 지리산둘레를 걷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이 모두에게 이롭고 유익한 곳으로 가꿔갔으면 좋겠다.

– 2021년 지리산둘레길 워크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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