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기

둘레길 #12 삼화실-대축

작성자
후곡
작성일
2013-03-11 14:14
조회
23685

  대축으로 내려가는 길 / 섬진강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리산 둘레길 #12 삼화실-대축

  

* 16.9Km / 누적거리 154.2Km

* 2013.03.02. 토요일 / 7시간 소요

* 삼화실 이정(0.8) 버디재(0.9) 서당(1.8) 우계저수지(0.6) 괴목(1.2) 신촌(1.6) 신촌재(2.8) 먹점(1.7) 먹점재(1.1) 미점(1.7) 대축(2.7)

  경남 하동군 적량면 우계리 3월의 태극기

 

 

하동 읍내에 있는 찜질방에서 일어나 행장을 차리고 삼화실행 농어촌 버스를 탄다. 8:50분 발. 어제 오후 삼화실에서 타고 나왔던 그 버스였다. 안내도우미 역시 어제 그 여인. 20여분을 달려 삼화실에 도착하고, 우린 버스를 내려 마을길을 걸어 내려간다. 둥근 황토방 두 채가 나란히 이어 지어진 모습이 따뜻해 보인다. 사진을 찍고 싶어 목에 걸린 카메라를 찾는 순간, 아차 농어촌 버스 좌석에 두고 배낭만 달랑 들고 하차해버렸구나! 당황해서 부랴부랴 하동버스터미날로 연락을 하고 버스 기사님께 연결을 한다. 종점에 도착한 기사님이 버스 뒷좌석을 살펴보니 카메라가 그대로 있다고 연락해 온다. 잠시 후 삼화실로 다시 그 버스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단다. ! 아침부터 부산을 떨고 말았다. 10여분 기다리니 반가운 버스가 나타나고, 카메라를 소중히 건네주는 안내도우미님! 감사합니다. 버스가 저만큼 멀어질 때까지 나는 손을 흔든다.

 

      서당마을 어느 집에 널린 둘레길 3월의 빨랫줄 풍경

 

다시 찾은 카메라가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카메라가 없이 걷는다면 나는 참 할 일이 없겠다 싶으니 쌀쌀한 날씨에도 묵직한 카메라 몸체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꽤 정들었던 카메라이다. 순천에서 서울까지 457Km를 걸을 때도, 다시 서울에서 포천까지 이어 걸을 때도 이 카메라는 늘 내 목에 걸려 있었다. 무등산 둘레길 51.8Km를 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속초, 동해안을 거쳐 부산을 돌고 다시 남해안을 따라 순천까지 우리 땅을 한 바퀴 다 돌 때까지 이 카메라는 나와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저만큼 앞서가는 길동무를 따라 잡는다.

 

  버들강아지 꽃 피었네! / 신촌재 오르는 길

 

삼화실 황토민박집에 이르러 사진을 찍는다. <마을기업 삼화실> 대표 최일봉님이 지은 집이었다. 명함에는 도시락도 예약을 받아 준비해준다고 했다. 이런 둘레길을 걷다보면 유용할 때도 있겠구나 여겨진다. 마을을 떠나 길 건너 버디재를 오른다. 가파른 길 오르다 뒤돌아 보니 삼화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몇 번을 쉬고 오르다 버디재를 넘어 서당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즐겁다. 밤나무 밭을 지나 약간의 시멘트 포장길, 그리고 다시 왼쪽 표지기를 따라 서당마을로 내려간다. 외딴집 한 채, 개를 많이 키우고 있다. 조그만 물레방아도 봄봄봄하고 돌고 있었다. 주인장이 함석을 이어붙인 지붕 위로 태극기를 달아 놓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산골 둘레길의 태극기가 애틋한 감정을 일으킨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아! 나의 길동무

 

우리는 지금 경남 하동군 적량면 우계리를 걷고 있다. 저 아래 오른 편으로 우계 저수지가 보인다. 서당마을을 지나는데 마당에 내걸린 빨래가 참 단란하게도 얌전히 걸려 봄 햇볕을 내리받고 있었다. 저 빨랫줄에 아이들 옷가지를 단정하게 펴서 내널던 여인의 평화를 느껴본다. 우리는 다시 한번 그 빨래 가지들을 뒤돌아보며 미소 지으며 걷는다. 우계저수지를 향해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오른다. 길동무는 뒤로 쳐진다. 달래와 쑥이 벌써 그녀를 유혹하기 시작한 것이다.

 

   환희의 봄 / 생명 / 신촌재에서 

 

우계 저수지 둑을 가로질러 괴목으로 걷는다. 3월 말이나 4월 초쯤이면 온갖 꽃이 만발하겠다. 저수지가 끝날 무렵 왼쪽으로 괴목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계속 길을 오르니 오른 쪽 산자락 밑에 신촌이 보인다. 우리는 마을이 보이는 매화밭 언저리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저 아래 우리가 지나온 저수지가 평화롭게 우계리 들판을 아우르고 있다. 신촌마을은 버스 종점이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도 끝나고 이제부터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신촌재가 시작된다. 오늘 코스 중 가장 지루하고 긴 코스이다.

 

  먹점재를 넘어서

 

신촌재 초입에 돌로 쌓아놓은 논둑은 우리 눈길을 붙잡는다. 저리도 큰 돌들을 높이도 쌓아 놓았다. 마을 주민들이 머위잎을 뜯고 있었다. 저 어린 머윗잎! 된장에 묻힌 머윗잎 나물, 하얀 쌀밥을 상상하니 입에 군침이 돈다. 주민들은 비닐로 덮어놓은 나물밭에서 머윗잎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비닐을 덮어 놓은 후, 내일 다시 와서 나물을 수확하곤 하는 모양이다. 참 좋은 아이디어다. 우리도 시골밭에 그렇게 해보자고 길동무와 뜻을 모은다. 임도를 따라 오르고 또 오른다. 버들개지 끝에 물이 올라 봄은 봄이다.

 

    대축으로 내려가는 길 / 소나무 숲 사이로 섬진강이 보인다. 

 

신촌재를 다 올랐다. 이제 먹점 마을을 향해 나아간다. 아직 섬진강은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숲 속으로 백운산 자락이 떠억 버티고 있다. 길동무가 앞서 가더니 감탄을 해댄다. 길옆 웅덩이에 올챙이가 벌써 우글거린다. 생명의 봄이 예까지 왔다고 우린 또 한참을 지체한다. 먹점에서 계속 내려가고 싶은데 둘레길 화살표가 느닷없이 산 위로 방향을 바꾼다. 우린 알맞게 지쳐 있는데 또 먹점재를 올라야 했다. 계속 마을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우린 결국 화살표에 순명하며 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길옆 밭두렁에 모두 매화나무들이다. 수령이 오래된 매화나무들이 여기저기 꽃을 피우면 정말 장관이겠다. 우린 뭐가 급해 그 꽃잔치를 못 기다리고 이리도 서둘러 둘레길을 나섰을까!

 

  성모 마리아님 / 하동성당

 

먹점재를 넘어서니 소나무숲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섬진강! 그리고 앞서가는 길동무 너머로 눈에 들어오는 형제봉, 그리고 가끔 보이는 평사리 들판이 우리 마음을 활짝 열어준다. 길동무의 발걸음이 갑자기 빨라진다. 4시에 대축에서 하동으로 나가는 버스가 있으니 어서 가서 그 버스로 하동읍내 장을 구경하잔다. ! 저 섬진강, 형제봉, 그리고 풍요로운 들판이 저렇게도 장관으로 펼쳐져 있는데 길동무는 하동읍 오일장에 더 마음이 가 있다. 천연기념물 문암송도 일별하고 다시 마을을 향해 내닫는다.

 

  조분수 님과 함께

 

 

대축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가게에서 버스표를 끊어주는 조분수 할머니는 5시가 넘어야 버스가 있을 것인디? 하신다. 나는 반 시간 이상을 가게 밖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춥다. 가게에서 뭔가 재미있게 얘기를 주고받는 길동무와 할머니! 그러고 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신 장모님과 설핏 이미지가 비슷하다. 우리는 악양 막걸리 한 병을 터서 함께 나누며 고인이 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의 걷기 여정에 대해 행복한 대화를 나눈다.

 

     내일 코스에서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할 형제봉

 

   정기호+이삼림 부부 / 한다사 식당 운영

  

할머니가 내놓은 김치 맛이 꿀맛이다. 한 잔이 한병, 한 병이 두병이 되고, 마실 가셨다던 할아버지가 들어오시자 또 한 병, 그래서 대축 정류소 가게에 남아 있던 막걸리 세 병을 우리 넷이서 모두 마셔가고 있었다. 그 때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던 버스가 가게 앞을 우루루루 지나간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서 가게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두 손발을 다 휘둘러 저만큼 가버린 버스를 세운다. 버스에 오르는 우릴 향해 저 뒤에서 손을 흔드는 두 내외분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해 우리도 마주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탄 우리! , 아차 했더라면! 하면서 얼굴을 마주보고 우린 참 운이 좋다고 또 입을 모은다. 장은 이미 파장이었다.

 

  둘레길 안내 리플렛

 

    정기호+김덕영 님 / 친구처럼 살아온 하동의 증인들

 

우린 하동 터미널 건너편 뒷 골목에 있는 시레기국에 밥 한 공기로 저녁을 떼운다. 지난 번에도 이 <한다사 식당>에서 우린 한 끼를 떼운 적이 있다. 결혼 51년이 넘었다는 정기호+이삼림님 부부가 주인이다. 마침 김녕김씨 하동군 종친회장 김덕영님도 함께 한 자리에서 우린 이 노부부의 삶을 또 이것저것 물었다. 반 세기 넘게 함께 살아온 노 부부의 모습이 숭고하게 보였다. 지리산 둘레길에는 이렇게 사람사는 이야기가 가는 곳마다 주저리주저리 열려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식사 후 우린 하동 성당에서 토요일 저녁 미사를 드리고 다시 찜질방으로 발길을 향한다. 내일 일정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시원한 섬진강 조망                                        다음까페<마음의 고향, 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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